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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prezi.com)

학부 때 캐나다에서 공대임에도 불구하고 들어야 하는 필수 커뮤니케이션 과목이 몇 개 있었다. 캐나다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문화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산다. 그래서 원활한 소통을 위해, 혹은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과목을 중요시 여기며 필수 과목의 하나로 포함시켰다. 이 커뮤니케이션 과목에서 알게 된 명칭이며 '고 맥락 저 맥락 문화'라 불린다. context /콘텍스트/라는 단어는 '문맥'이라는 단어이다.

 

아래는 사우스이스턴 대학에서 이 과목을 주제로 개설한 강좌의 설명을 번역한 것이다.


인류 학자 에드워드 홀 (Edward Hall)은 1959년 자신의 저서 <침묵의 언어 (Silent Language)>를 통해 이문화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개설했다. 이 책은 원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했지만, 케이오 커뮤니케이션 리뷰(Keio Communication Review)에 따르면, 이문화 커뮤니케이션은 학문적 연구의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특히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주제는 그 관심에 불을 지폈다.

 

홀(Hall)은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다양한 문화 및 사회단체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형태로 정의한다. 문화 간 의사소통에 접근하기 위한 한 가지 틀은 문맥 상 맥락이 높거나 문맥 상 맥락이 낮은 문화를 사용하는 것이다.

고 맥락과 저 맥락 문화의 스펙트럼

국가간의 차이 (좌:저맥락, 우:고맥락) 독일, 스칸디네비언,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맥시코, 그리스, 아랍, 아프리카, 중국 (출처: 사우스이스턴 대)

고맥락

맥락이 높은 문화는 암묵적인 의사소통비언어적 신호에 의존한다. 맥락 간 소통에서는 많은 배경 정보가 없으면 메시지를 이해할 수 없다. 아시아, 아프리카, 아랍, 중앙 유럽 및 라틴 아메리카 문화는 일반적으로 맥락이 높은 문화로 간주된다.

 

할버슨(C.B. Halverson)의 저서 문화적 맥락 인벤토리 (Cultural Context Inventory)에 따르면 고 맥락 문화는 종종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

  • 관계 : 관계가 느리게 구축되고 신뢰에 의존한다. 생산성은 관계 및 그룹 프로세스에 따라 다르다. 개인의 정체성은 그룹 (가족, 문화, 직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회 구조와 권위는 중앙 집중식이다.
  • 상호 작용 : 음성, 몸짓, 표정 및 눈 움직임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중요하다. 구두 메시지는 간접적이며 의사소통은 예술적 형태 또는 누군가를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간주된다. 의견 불일치는 개인화되어 있으며 다른 사람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표현된 갈등에 민감하다.
  • 영토 : 우주는 공동이다. 사람들은 서로 가까이 서서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 시간성 : 모든 시간은 고유하며 시간을 쉽게 예약 할 수 없다. 변화는 느리고 시간은 다른 사람과 자연에 속하는 과정이다.
  • 학습 : 여러 학습원이 사용된다. 사고는 일반적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된다. 학습은 다른 사람들이 모델링하거나 시연하고 연습할 때 관찰함으로써 발생한다. 그룹이 선호되며 정확성이 중요하다.

저맥락

문화맥락이 낮은 문화는 명확한 의사소통에 의존한다. 맥락이 낮은 통신에서는 메시지의 많은 정보가 철자로 정의된다. 미국 및 호주와 같은 서유럽의 뿌리를 가진 문화는 일반적으로 맥락이 낮은 문화로 간주된다.

 

할버슨(Halverson)에 따르면 저 맥락 문화에서는 종종 다음과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 관계 : 관계는 빨리 시작하고 끝난다. 생산성은 절차와 목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달려 있다. 개인의 정체성은 그들 자신과 그들의 성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회 구조는 분산되어 있다.
  • 상호 작용 : 비언어적 요소는 중요하지 않다. 구두 메시지는 명백하며 의사소통은 정보, 아이디어 및 의견을 교환하는 방법으로 간주된다. 의견 불일치는 개인화되지 않는다. 합리적인 (개인이 아닌) 솔루션에 중점을 둔다. 개인은 다른 사람의 귀찮은 행동에 대해 명시적일 수 있다.
  • 영토 : 공간이 구획되어 있다.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므로 사람들이 더 멀리 떨어져 있다.
  • 시간 : 이벤트 및 작업이 예약되어 특정 시간에 수행된다. 변화는 빠르며 시간은 소비하거나 저장해야하는 상품이다. 시간은 자신의 시간이다.
  • 학습 : 하나의 학습원이 사용된다. 사고는 구체적에서 일반으로 진행된다. 학습은 다른 사람들의 명확한 지시와 설명에 따라 이루어진다. 개별 방향이 선호되며 속도가 중요하다.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역학

포브스 공헌자 캐롤 킨지 고맨(Carol Kinsey Goman)은 문화적 차이가 전 세계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측면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이는 일본인 (고맨 고국 문화)이 미국, 캐나다, 영국 및 독일과 같은 다른 선진국이 선호하는 전자 기술 (문맥 문화) 보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맥락 문화에서는 세심하게 표현된 법률 문서보다 개인적인 유대와 비공식 계약을 선호한다. 고맨(Goman)은 "신체 언어, 침묵과 멈춤, 관계와 공감으로 말하지 않은 내용의 의미와 이해를 찾고 있다."라고 말한다. 한편, 저 맥락의 문화는 “정확한 메시지를 직접 주고받고, 말이나 글로 정확한 말을 통해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비즈니스 리더는 종종 문맥 상 문화가 높은 사람들과 교류할 때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무시함으로써 의사소통 함정에 빠지게 된다.


첫 프리젠테이션을 이 주제로 준비했기 때문에 계속 살면서 기억에 남았다. 또한 시간이 꽤 지난 오늘도 여전히 이 개념을 여전히 실감한다.

 

내가 이 주제로 발표할 때 한국의 공동체 의식과 서양의 개인주의와의 차이를 예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한국어로 나와 친한 이를 지칭할 때 '우리'라는 말을 쓴다. 이는 우리의 공동체 의식에 깊은 뿌리를 담고 있는 한국어의 관습이다.

 

우리 아빠, 우리 엄마, 우리 남편, 우리 딸, 우리 아들, 우리 선생님, 우리 장인 등등

 

영어로 직역하면 세상에 둘도 없는 개족보 가족과 국가가 탄생된다. 하지만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며 이 직역의 의미는 한국의 정체성과는 동떨어진 표현이다. 언어는 그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언어의 단어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사고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개념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말이 고 맥락, 저 맥락 문화의 차이라 말한다.

영어에는 없는 말 '눈치'

한국에서는 아주 보편적으로 사용되며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기 힘든 단어가 있다. '눈치'란 단어다. 눈치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것으로 소통'하는 것이며, 눈치 또한 한국 같은 특정 문화에서, 소통의 주요 수단이다. 그리고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을 나타내 준다.

 

한국인이라면 태어나면서 부터 이 눈치는 길러진다. 가족 내, 학교 내, 직장 내에 끊임없는 눈치로 자신에게 타인이 원하는 행동 양식을 기대하고 요구함을 말한다. 그리고 이 눈치가 없는 사람들을 기피하기도 한다. 또한 눈치가 좋은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잘 하단 말을 듣기도 한다. 말을 개떡같이 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기본기가 탄탄하게 탑재되어 한국인들은 상사나 고객이나 친구나 배우자에게 '말없이도 알아요'의 달인들이 된다. 이러한 눈치는 한국 내에서 같은 문화를 공유한 사람들만의 특정한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가정하에 통용될 수 있다.

 

이는 예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체면과도 연관이 된다. 감정의 직접적인 소통은 '예의 없는 것들'이나 하는 것이고 우회적인 소통 방식만이 '고상하다'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옳은 것이 아니다. 충분히 직접적인 소통으로도 예의를 차릴 수 있다. 진정한 권위와 예의는 자신이 세우고 차리는 것이지 남이 세워주는 차려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어에는 없는 말 'assertive'

상대방을 존중하며 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일컫는 영어 단어가 있다. 이는 assertive /어썰티브/라 하며, 현재 네이버 영한사전에는 '독선적인'이란 단어로 번역되고 카카오 번역에서는 '단호한'으로 나온다. 하지만 '독선적인'이란 의미로는 쓰이지 않는 단어이고, 의미상으로는 카카오 번역의 의미에 더 가까운 단어이다.

 

가장 의미에 맞는 단어는 '당당한'이라 생각된다. 충분히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지만, 내 의견을 명확히 말할 때 쓰이는 단어이다. 또한 한국인인 내가 여기 살면서 배워가는 단어이다. 자신감 있는 사람이 정당한 자신의 요구를 예의 바르게 표현한다고 상상해 보자. 이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assertive 하게 말한다.

사고방식과 문화가 녹아든 언어

예의가 오랜 시간에 걸쳐 현대화 되면서 왜 눈치를 사용해 소통을 하게 되었나 생각해 보면 말로 하기에는 부끄럽다거나, 체면이 상한다던가 하는 이유에서 이다. 이는 나 자신에게는 매우 수동적인 자세이다. 왜냐하면 나의 요구를 남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가 나와 같은 사고방식을 보유한다는 가정하에 상대방도 같은 사고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바를 알아차려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해 있다. 또한 눈치라는 수단을 통해 표현을 했는데 원하는 결과를 (상대방에게) 얻지 못한다면, 상대방 혹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수 도 있다.

 

또한 사람을 대함에 있어 항상 내 자신의 요구보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 고려해야 하는 자세로 만든다. ‘어떠한 의미로 이 사람은 이 말을 한 것인가?’란 의중을 파악하려 심적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는 물론 서로를 위하는, 사랑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참아와 멀어지는 무의식적인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자신이 설계하는 삶과의 거리가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한국 방식의 눈치에 길들여진 나의 감성적 사고방식은 여전히 영작에 부담을 느끼게 한다. 영작은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 보았을 때 무척이나 반복되는 문장이 많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앞서 말한 문맥을 앞뒤 번갈아 논리적으로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논리적이기 때문에 때로는 한국어로 설명할 때 보다 명확한 사실을 요구하는 전개 과정으로 객관적 설명에 특화되어 있다.

 

한국인인 우리가 이 ‘눈치'를 우리의 장점으로 사용하는데 보편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는 감성적인 예술과 마케팅, 판매, 고객관리, 인사부분이라 생각된다. 타문화와 비교해 보았을 때 사람들의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게 길들여진 우리의 사고방식은 우리에게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작용할 수 있단 점을 상기하자.

 

인터넷으로 인한 국가간의 교류가 활발해짐에 있어, 국제무대에서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내 문화가 더 이상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타문화 권간의 정확한 소통을 위해서는 내가 대하는 사람들의 개별적인 문화 차이를 인지하고 행동한다면 오해를 줄일 수 있고, 의도한 바대로의 교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아래의 강좌는 에린 매이어 작가가 이 주제에 대해 설명한 강좌이다. 그녀는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그녀에게 할 질문이 있나 일본 파트너들에게 물어 보았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일본인 동료가 자기가 다시 물어봐도 돼겠냐 허락을 받은 후, 다시 질문했다. 그 동료는 눈을 맞춤으로 상대방이 질문을 갖고 있다는 것을 파악, 일본 파트너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다문화 환경에서 겪은 실화 및 설명이 이 개념을 잘 설명해서 영어를 공부하시는 분이나 부담스럽지 않은 분께 추천한다.

 

에린 메이어의 강좌 ( "문화 지도: 미래의 매니지먼트"의 저자, The Culture Map: The Future of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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